학사장교로 공군 군복무 마친 후기 (feat 쓰레기 소령)

이왕 군 복무하는거 돈이라도 벌겸 학사장교를 지원하였습니다.

장교는 복무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월급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취업도 상대적으로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저는 공군과 육군을 같이 지원하였고 (당시에는 시험 일자가 서로 달라 중복지원이 가능했습니다.)

육군에 붙고 추가로 공군에도 붙었습니다.

 

 

주변 어른들이 공군으로 입대하라고 추천하셨습니다.

복무기간이 조금 길지만 공군으로 결정하여 입대를 하였습니다.

 

 

군생활을 모두 끝내고 이제야 느낀거지만

'당연히' 공군을 택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업무가 육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힘든것도 있지만

대도시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닌다는 느낌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퇴근하고 근처 도시에 영화를 보러가거나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하였습니다.

 

 

군인이었지만 퇴근하고 할 거 다했습니다.

관사나 BOQ에 들어가지 않고 출퇴근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공군은 위수지역이 없기 때문에

퇴근하고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휴가내고 일본을 다녀온적도 있습니다.

이런면에서 공군이 육군에 비해 편한것 같네요.

 

 

그렇게 마냥 편하고 좋을 줄 알았던 군생활중 가장 힘들었던건 직장 상사였습니다.

진주 교육 사령부에서 총을 쏘거나 구보를 하는 훈련은 전혀 힘든 축에 들지도 않아습니다.

 

다행히 공군은 자살이나 인명 사고가 그렇게 나지 않기에

병사들이 죽거나 그런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성에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간혹 있었고

하필 그 중심에 제가 있었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고나니 선배 중위(문중위)가 정말 쓰레기 였습니다.

자기마음대로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완전 개쓰레기 였습니다.

 

군대 계급은 깡패입니다.

 

같은 장교인데 기합을 주기도하고 언어폭력을 하거나 갖은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한 1년은 겨우 버티었는데....

 

다음 스테이지에는 정말 더 엄청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소령 밑으로 들어갔는데 이 놈은 정말 더 쓰레기.....

YOU 쓰레기

 

저녁때 술집에가서 술을 먹고 빚을 진다음에 그걸 대대원들 정수기값에서 뿜빠이 시켜서 내질 않나

중령 진급하려고 각종 칭찬 이벤트를 하지 않나

명절때 마다 위에 중령 대령들한테 선물 보내는건 기본이고

이중장부까지 만들어서 감찰 장교를 속였습니다.

(공군 너희는 대체 모하니...이런놈 안잡고)

 

아침 8시까지 출근인데 7시전에 와서 준비하라고 하지를 않나

점심시간에 일 시켜놓고 점심시간 끝나기전에 다했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17시간 넘게 문서 작업만 한적도 있습니다.

 

억지로 술도 먹이고

인권 모욕에 짜증에 아주 진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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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얼음 낚시도 따라갔어요...

싫다고 말하면 안들음...

 

횡령사건은 황당해서 말도 안나옴...

그리고 전역하시는 직업 군인,군무원들이 기부하는 돈은 자기가 가져갔습니다.

저도 정말 몰랐는데 부사관들이 자꾸 저를 추궁하길래 

‘나는 진짜 모르는 돈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너무 힘들어서 더 높은 중령급 장교들에게 상담을 요청해보직이동을 하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말이 많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었을것 같습니다.

군종실과 감찰장교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탈출할수 있었습니다.

 

 

상사도 짜증나는데 행정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행정 특기도 아닌데 무슨 문서가 폭포처럼 내려옵니다..

하루 50개는 기본이고 휴가 다녀오면 200개씩 쌓여있더군요.

 

국방부,공군본부 등등 정부기관에서 하달되는 한글 문서가 정말 정말 많았답니다.

놀라울 정도로 문서가 많이 내려 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장교 생활은 정기적으로 총쏘고

부대 훈련하고 작전 지시하고 이런 일들이었는데....

 

 

 

맨날 한글 문서 작성만 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글 문서 100% + 야근30% + 인력관리 20%

뭔 군인이 맨날 야근을 그렇게 하는지....

 

 

야근비가 차곡 차곡 쌓였습니다.

제 동기는 월급의 80%를 저금하였습니다.

많이 모아서 전역할때 목돈을 만들어서 나왔습니다.

 

 

소위 월급이 170만원 정도이고 중위 월급이 180만원 정도인데

이자가 조금 붙은것 같더라고요.

대위는 호봉에 따라 다른데 조종사는 300까지 받고 일반 장교는 240만원 정도 였습니다.

 

저는 솔찬히 다 썼습니다. 주식투자하고...잃고...
그때 셀트리온을 샀어야..쿨럭...

 

 

잘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군대 행정이 반복적인 일 밖에 없습니다.

비행단 업무라고 해봐야 상부에 보고 문서 올리는 정도이고

각 중대에서 실무자(부사관)들이 보고서 올리면 끝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령,중령들은 진급에 예민하기 때문에 야근이 잦습니다.

공군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면 진급에서 밀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학사장교 출신의 (소령,중령)영관급 장교들이 많이 예민한 편입니다.

 

 

저는 군대 생활 내내 재수가 없어서

중위,대위,소령,중령....

마지막에 대령 밑에서도 일을 했습니다.

 

 

군대 말년에는 무진장 편하기는 했지만요.

각종 시험과 비행단 점검 때 차출되는 시험도 빼줬어요 ㅋㅋㅋ

중위 말년은 정말 아무도 안 건들더라고요.

 

 

그렇지만 초반 1~2년은 정말 피곤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피곤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공군 생활은 힘든건 없습니다.

그런데 피곤하게 하는 사람은 종종 있습니다.

 

 

산속에 있는 제 동기 장교는 도와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방공포 특기)

저는 도와주시는 여러 선배 장교들과 동기 장교들이 있어서

위기 때마다 무사히 지나갔답니다.

 

공군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부사관이 많다는 겁니다.

헌병은 90%가 병사이지만 다른 중대, 대대는 부사관이 많습니다.

비행기와 같이 비싼 장치들이 많은 대대는 특히 부사관이 더 많습니다.

 

 

저희 중대는 제 밑으로 부사관 50명, 병사50명 정도 있었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없었습니다.

 

 

막내 이등병부터 원사, 준위까지 서열이 완벽하게 나뉘어져있고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임 상사나 준위들과 이야기만 잘하면 왠만한 문제는 원활하게 해결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면에서 공군은 대기업의 구조와 매우 닮은것 같습니다.

차장급,부장급들이 진급하기 위해 노력하는것들과 그 밑에 대리,사원들이 서로 똘똘 뭉쳐 일하는 모습...

 

다른 팀과 적대관계가 되기 보다 미리 친해져 유도리 있게 일을 진행하는 방법들은 확실히 닮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비행단은 규모가 3000명 정도였고 대부분의 장교들과는 인사를 하였던것 같습니다.

 

 

사실 힘들고 짜증나고 사건 사고가 없지는 않았지만

확실하게 배우는건 있는것 같습니다

 

리더쉽과 책임감은 정말 혹독하게 배웠습니다.

저는 리더쉽은 타고나야 하는거라 생각했지만

장교 생활은 리더쉽을 배우기에 너무 좋은 조건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힘들었습니다.하아...

 

공군도 이런데 육군 장교 해병대 장교는....

더 끔찍하다고 하네요...

 

 

혹시 장교로 가실 분들은 리서치 꼭 잘하고 가셔서 좋은 기운(?)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학사 장교 후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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